관계 칼럼

상대에게 맞추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잊게 된다

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춰주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. 다만 그 방향이 늘 한쪽이라면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.

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맞추게 됩니다. 상대가 편한 시간에 약속을 잡고,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고, 상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룹니다.

이런 조정은 관계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고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.

다만 시간이 지나 이런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.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. 주말에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먼저 나옵니다.

내 일정과 감정을 계속 뒤로 미루다 보면,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가 흐릿해집니다.

한 번 조정하는 것과 늘 조정하는 것

배려와 자기희생은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. 겉으로 보면 같은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고요. 차이는 대개 반복과 방향에 있습니다.

상대가 바쁜 주에 약속 시간을 한 번 옮겨주는 건 배려입니다. 그런데 몇 달 동안 모든 약속이 상대의 일정에만 맞춰 잡혔다면, 그건 배려라기보다 관계의 기본값이 한쪽으로 굳어진 상태에 가깝습니다.

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이번엔 상대가 원하는 걸 보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. 하지만 애초에 내가 뭘 보고 싶은지 말하지 않게 됐다면, 그건 양보가 아니라 표현을 멈춘 것입니다.

그리고 하나 더, 조정한 뒤에 내 마음이 어떤지도 신호가 됩니다. 기꺼이 한 일에는 대체로 억울함이 남지 않습니다. 반대로 맞춰준 뒤에 서운함이 쌓이고 있다면, 그건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.

확인해볼 만한 것들

지금 관계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보려면 이런 것들을 떠올려보면 됩니다.

싫다는 말이나 오늘은 어렵다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가. 그 말을 꺼내기 전에 오래 망설이지는 않는가.

내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일이 있는가. 말은 들어주지만 결정은 늘 같은 방향으로 나지는 않는가.

상대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조정하는가. 그 사람이 나에게 맞춰준 최근의 일을 떠올릴 수 있는가.

맞춰주지 않으면 관계가 흔들릴 것 같은 불안 때문에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가.

마지막 질문이 특히 중요합니다. 하고 싶어서 하는 배려와,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하는 행동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마음에 남는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.

조정은 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

건강한 관계라고 해서 서로 부딪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. 오히려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드러내고, 그때마다 조금씩 서로 움직이는 과정이 반복됩니다.

한 사람만 계속 움직이는 관계는 겉으로는 갈등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. 하지만 그건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한쪽이 계속 삼키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.

오늘 하나만 시도해본다면, 작은 것부터 말해보세요. 뭘 먹고 싶은지,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도면 충분합니다. 그 작은 말이 관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.

생각해볼 질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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본 칼럼은 관계와 감정을 돌아보기 위한 정보성 글이며,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.